1992년에 일어났던 LA 폭동의 충격을 아직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흑인에 대한 백인 경찰의 폭행에 분노한 LA지역의 흑인들은 왜 하필 한인교포들의 가게만 집중적으로 공격했을 까?
두순자 사건이란?
사실 LA폭동이 한인교포사회에 대한 테러로까지 번지게 된 배경에는 두순자 사건이 있습니다. 한국인 두순자씨는 일찍이 미국으로 이민 가서 갖은 고생 끝에 LA의 흑인 빈민지역에 상점을 갖게 된 55살의 가정주부였습니다. LA폭동이 벌어지기 1년 전인 1991년 3월 16일 가게를 보고 있던 두순자 씨는 손님으로 온 흑인 소녀가 주스 한 병을 책가방에 넣는 모습을 보고 도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가 흑인 소녀의 책가방을 꽉 움겨쥐자 제법 덩치가 컸던 그 소녀는 주먹으로 그녀의 얼굴을 때렸습니다. 놀란 두순자 씨는 바닥에 넘어져 잠깐 정신을 잃었다가 이내 카운터 뒤에 숨겨놓았던 권총을 집어 들고 소녀를 향해 발포했습니다. 흑인 소녀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고, 두순자 씨는 살인죄로 기소됩니다.
두순자 사건, 재판에서는 무슨일이?
재판에서 두순자 씨는 흑인 소녀를 쏜 것이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미 서른 차례가 넘도록 강도를 당한 데다 지역의 갱단으로부터 협박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그녀는 권총을 항상 옆에 두고 있어야 할 정도로 신변에 위험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즉, 그 흑인 소녀는 도둑이 분명했고, 그 순간에는 자신을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총을 겨누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두순자 씨의 총을 맞아 죽은 흑인 소녀가 평소에는 전혀 범죄와는 어울리지 않는 아이였다는 점입니다. 그 소녀는 학교에서 우등생이었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기도 했습니다. 판결을 놓고 미국 언론의 관심은 온통 집중되었습니다. 결과는? 배심원들은 정당방위라는 두순자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검사는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였습니다.
판결 뒤에 숨은 변수?
사실 두순자 씨에게 내려진 가혹한 구형 뒤에는 숨겨진 또 다른 변수가 있었습니다. 만일 법정이 두순자씨에게 무죄를 선고하거나 가벼운 형을 선고한다면 LA는 물론 미국 전체 흑인사외가 흑인소녀의 목숨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거냐고 운운하며 거세게 반발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법정최고형을 구형된 상황에서 판사는 끝까지 고민을 했습니다. 범죄 사실만 보고 판결을 내릴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 파장까지 생각을 해야하는 것인지요.
결국 판사의 선택은?
판사는 결국 법조인으로서의 소신을 택했습니다. 두순자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입니다. 두순자 씨가 풀려나자 아니나 다를까 미국의 흑인사회는 격분했습니다. 그리고 LA폭동이 일어났을 때 두순자 사건에 대한 기억은 한인사회에 대한 흑인들의 분노로 표출되었습니다. 만약 그때 판사가 두순자에게 무거운 형벌을 내렸다면 LA폭동 상황에서 한인들의 피래도 그리 크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두순자 사건을 담당했던 판사의 결정은 잘못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만약 법정이 해당 범죄 혐의사실을 밝혀내고 판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파장까지 고려한 정치적 판결을 내렸다면, 그것이야말로 법정의 양심을 깬 판례로 지금껏 회자되었을 것입니다. 미국 내에서 흑인의 열악한 지위나 인권 회복의 문제는 차치하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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